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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눈 생각들

내일도 희망가를_고도를 기다리며(민음사)

by 게누구요? 2023. 8. 20.

어느 날, 동네 뒷산인 일자산 산책길을 한 노인네가 "황성옛터"를 들으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
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라
아아 가엾다 이 내 몸은 그 무엇 찾으려
끝이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있노라

노인네라고 해 봐야 지금이 2023년이라면 그 노래가 유행한 1920년대에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터인데 자신이 겪어온 삶의 신산을 성찰하게 하는 노래인듯 심취해 걷는 모습이 노래 분위기에 사뭇 어울려 보였다. 그리고 나는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는 벌판에서 지금도 고도를 기다리고 있을 처연한 모습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떠올렸다.

노래의 화자가 삶의 허무함을 말하듯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역시 왜 그곳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들 스스로도 규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있게 되었으니까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찾고자 꿈의 거리를 헤매는 것처럼 그 둘은 그곳에서의 존재에 최선을 다한다. 말이 끊어지면 그곳에서의 존재는 무효가 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듯 끝없이 말도 안 되는 대화를 눈물겹게 이어나간다. (다음은 1막 처음~ 29쪽 6줄 낭독. 블라드미르 문교진, 에스트라공 정희원)

산책길의 노인네가 지나온 삶을 성찰하듯 듣는 것처럼 블라드미르 역시 삶의 본질을 알고 있다.

여자들은 무덤 위에 걸터앉아 무서운 산고를 겪고 구덩이 밑에서는 일꾼이 꿈속에서처럼 곡괭이질을 하고, 사람들은 서서히 늙어가고 하늘은 우리의 외침으로 가득하구나.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습관은 우리의 귀를 틀어막지. (에스트라공을 바라본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겠지. 그리고 말하겠지 저 친구는 잠들어 있다. 아무것도 모른다. 자게 내버려두자고. (사이) 이 이상은 버틸 수가 없구나. (사이) 내가 무슨 말을 지껄였지.

인간의 삶에서 유일하게 명료한 것은 언제일지는 모르나 누구나 무덤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을 외면한 채 혹은 잊은 채 살아간다 탄식한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존재임을 객관화한다.(다음은 150쪽 낭독. 블라디미르 정희경, 에스트라공 하은자/ 블라디미르 하은자, 에스트라공 정희경)

이렇듯 삶은 어디로 흐르는지도 모르는 것이고, 허무한 것이기만 한데, 끝이 없는 꿈의 거리를 그 무엇을 찾고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매일 매일 나무에 목을 매고 매일 매일 고도를 기다린다, '삶의 당위적 의무처럼' .(다음은 156쪽 중간~ 끝, 블라디미르 문교진, 에스트라공 정희원)

죽음만이 유일한 길인 듯한 절망의 삶에서, 허무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절망하지 않고, 허무에 좌절하지 않는 어릿광대처럼 사는 그 둘의 속은 어떤 결로 빚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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