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
■ 지은이: 마누엘 푸익. 송병선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 구성: 2부 각 8장 전체 16장
■ 특성: 희곡이 아닌데 두 사람의 대화로만 이루어졌으면서 시간, 장소 등의 기본적인 해설, 지문도 따로 없음. 서술자가 따로 없어서 인물에 대한 정보, 시간과 공간 등 전체 상황에 대한 정보를 오로지 대화에만 의존해야 해서 내용 파악을 위해 앞뒤를 오가며 되풀이해서 읽게 됨.
전체 16장 중 8장과 14장에서 교도소장과 몰리나의 대화, 15장의 몰리나가 가석방 된 후의 감시 보고서를 제외하면 주로 ‘몰리나’와 ‘발렌틴’의 대화로 구성됨.
여섯 편의 영화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다섯 편의 영화는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얘기해 주는 형식으로, 한 편(매혹의 오두막)은 몰리나의 머릿속 생각으로만 나타남.
■ 내용
- 장소: 아르헨티나 공화국 부에노스아이레스시 구치소
- 시간: 1975년 9월 ~10월 9일 가석방 25일 몰리나 사망
- 인물:
- 루이스 알베르토 몰리나: 35세. 게이(여자이고 싶은 남자).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수감(1974.7.20.)-징역 8년
- 발렌틴 아레기 파스: 26세. 정치범. 노동자 파업 선동에 가담하여 구속(1972.10.16.) 정치범 사망에 항의하여 단식농성 가담-열흘간 독방에 감금. 위생상태 개선 및 사신(私 信) 검열에 대한 항의 소동 주모자.
-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1974년 7월에 수감된 35세 게이 몰리나와 노동자 파업 선동에 가담하여 1972년 10월에 수감되었던 정치범 26세 발렌틴이 1975년 4월부터 같은 방에 수감된다.
- 몰리나는 잠 못 이루는 발렌틴에게 영화 이야기를 해 주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성격, 가치관이 다른 두사람의 면모가 드러나게 된다. 교도소장은 몰리나에게 가석방을 미끼로 발렌틴에 대한 정보를 빼내라고 하고 몰리나는 병든 어머니를 위해 협조를 약속한다. 교도소장의 착오로 인해 독이 든 음식을 먹었다가 탈이 난 몰리나는 아픈 상태에서 발렌틴에 대한 섭섭함, 가브리엘에 대한 그리움,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 교도소장의 약속(가석방)에 대한 의심 등 복잡한 생각에 빠진다. 의도한 대로 발렌틴이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앓게 되자, 몰리나는 교도소장과의 약속과는 달리 정보 빼내기와는 상관없이 헌신적으로 발렌틴을 보살피게 되고, 몰리나를 자신과는 다른 존재로만 여기던 발렌틴도 차츰 몰리나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자신의 신념에 대한 회의와 내적인 갈등에 빠지면서 몰리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 몰리나는 가석방되고 발렌틴의 부탁에 따라 조직에 연락을 취하려던 몰리나는, 결국 몰리나를 감시하던 경찰과 함께 오히려 조직원의 총에 맞아 사망하게 된다. 감옥에 남아 고문을 당하던 발렌틴은, 혼수상태에서 몰리나와 몰리나가 얘기해 주던 영화 속의 여인과 자신이 사랑했던 마르타가 일체가 되는 환상에 빠지며 사랑과 자책감 속에서 죽어간다.
■ 릴케가 <말테의 수기>에서 말테의 입을 빌어 말했던 ‘제삼자의 부재’가 이런 걸 말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술자도 상황에 대한 제시조차도 없이 주인공 두 사람의 대화만 나오니 독자는 실제 인물들의 얘기를 엿듣고 있는 것 같지만 인물의 심리상태도 상황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상상력에 의지하여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문득 등장인물이 아닌 독자인 나의 편견을 만나게 되곤 했다.
■ 참고
- 영화 <거미여인의 키스>: 동성애(자)에 대한 불편함, 거부감을 없애준 영화
- 영화 <필라델피아>: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공정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 영화 <밀크>: “동성애자가 선생이 되면 학생들이 동성애자가 될까 봐 안 된다고요? 동성애는 교육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동성애, 이성애가 교육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었다면, 나를 가르친 사람들은 이성애자였는데 어째서 나는 동성애자가 됐을까요?”
- 황지우 시 <주인공의 심장에 박힌 총알은 순간, 퍼어런 별이 되고>
호모인 몰리나가 애인 발렌틴의 혁명 조직원에게 다가가자마자
그를 미행했던 브라질 國家安全企劃部 요원들이 덮치고
도망치던 브라질 運動圈 택시가 다시 몰리나에게 다가와 총을 쏘고 달아나 버린다
목에 빨간 스카프를 한 몰리나, 그의 푸른 와이셔츠 포켓에 구멍이 뚫려 있다
가련한 나의 몰리나, 왼손으로 심장을 만지면서
한바탕 총격전으로 한적해진 광장을 천천히, 걸어간다
그의 얼굴에 고통은 없었다
다만, 심장을 찌르는, 쩌릿쩌릿한 회한 같은 것을 지그시 참고 있는
흐릿한 우울이 떠 있다
나는 내 벌떡거리는 염통을 만지면서
이 속에 갑자기 뚫고 들어온
너무나 차가워서 순간 뜨거운 金剛돌을 느끼고 있다
이게 만약 나의 죽음이라면
죽음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것이구나
아아, 이렇게 내가 죽다니
알고는 있었으나 믿어지지 않는 사실!
이 돌이킬 수 없는 깨달음!
삶이란 게, 좆또 아무것도 아니었네
서울역 뒤 염천교 부근처럼 돌포장으로 되어 있는 광장을 몇 발자국 더 걸어가는 내가
죽어가면서 느낀 삶이란
그저 어지럽다는 것,
나는 길바닥에 푹 꼬꾸라진다
그 뒤로는 기억할 수도 전달할 수도 없는, 완전한 全體
뒤늦게 안기부 요원들이 꼬꾸라진 몰리나에게 달려와
총을 턱에 대고 외쳐댄다
그 전화번호를 대, 그러면 널 병원으로 데려가 주겠어,
그 번호만 대, 넌 살 수 있어, 대란 말야
몰리나, 흐린 눈으로 그들을 한번 쳐다보고는 눈을 감아 버린다
안기부 요원들, 이 더러운 호모 새끼, 이 쓰레기 같은
인간! 침을 뱉고 몰리나를 길가 쓰레기장에 던져버리고 간다
몰리나는 오직 아름다워지고 싶기 때문에 살 수 있었다
난 잘못 태어났단 말야, 알잖아, 넌 내가 지금 무얼 원하는가, 그래, 내 다리를 더 위로 올려줘
쓰레기 같은 삶
쓰레기통에 버려진 美
주인공의 심장에 박힌 총알은 순간, 퍼어런 별이 되고
<게 눈 속의 연꽃>에 수록.
■ <동성애 관련 용어>
- L : 여자 동성애자인 레즈비언(lesbian)
- G : 남자 동성애자인 게이(gay)
- B : 양성애자인 바이섹슈얼(bisexual)
- T : 성전환자인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머리글자를 딴 말
- Q : Q는 queer 또는 questioning의 머리글자다. 성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 없는 사람
- I : intersex의 머리글자다.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를 모두 갖고 태어난 간성(間性)
- A : 성에 관심이 없는 무성애자. asexual 또는 aromantic 또는 agender의 머리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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